일상사진

큰애를 보내며...

다롱이아빠 2013. 6. 3. 16:08

5년전에 큰애를 일본으로 보내보며 마음아팠었는데....

5년만에 다시 이별을 했다.

5년전에는 짧은 이별이였지만 오늘의 이별은 긴 이별이다.

지난 토요일에 사돈되시는 분과 상견례하고 이틀만에 일본으로 보냈다.

다행히 사돈되시는 분들이 인상도 좋고 교양이 있는 분들이라 우리 애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친부모처럼 대해 줄 것 같아 마음은 놓인다.

사위와 떨어져 있기 싫다고 하여 이번에 같이 일본으로 갔다.(결혼식은 가을쯤 올린다고 한다)

사돈네는 김포공항에서, 우리 애는 인천공항에서 각각 출발하여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만난단다.

 

어제까지만 해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녁늦게 제 동생(쌍둥이)과 같이 들어온다.

뱃속에서부터 초, 중, 고등, (대학만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님)까지 일본 유학까지 같이 다녀온 쌍둥이들이라 누구보다도 우애가 깊다.

작은애가 책상앞에 앉아서 훌쩍인다.

언니랑 영영 떨어질 생각을 하니 슬픈모양이다.

훌쩍이는 작은애를 보니 괜시리 콧등이 찡해진다.

어쩌면 부모인 나보다 더 이별이 슬프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작은애일지도 모르겠다.

 

 

작은애와 큰애를 불러놓고 얘기를 했다.

이제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야한다. 언제까지나 니네 둘이 붙어 다닐 수는 없잖아...(ㅠ.ㅠ)

언니 일본에서 잘 살 수 있도록 많이 성원해 줘야지~~

 

훌쩍이는 작은애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침대에 누워도 가슴이 미워져 잠이 오질 않는다.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다가 결국은 거실로 도로 나와 우두커니 천장을 바라본다.

왜 이리 눈물이 자꾸만 날까? (ㅠ.ㅠ)

내일 이런 아빠의 나약한 모습 보여주면 안되는데.....

이렇게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평상시와 다름없이 세수하고 머리감고 아침을 먹었다.

큰애가 공항으로 갈 시간이다.

다들 애써 이별의 슬픔을 참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를 분위기다.

 

큰애의 짐을 다시 챙겨본다.

해외 여행때 내가 가지고 다니던 가죽손가방을 찾아서 큰애에게 건네준다.

여권이나 돈 등 중요한 것은 여기에 넣어두고 메고 다녀라....

귀중품들을 챙겨 손가방에 넣는 아빠의 모습을 본 큰애가 드디어는 울음을 터뜨린다.

애써 눈물을 감추고 헛기침을 하며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를 하고 표정을 다잡아본다.

그래도 흐르는 눈물을 감출길이 없다.

 

등산모자를 깊이 눌러셨다. 그리고 선글라스도 썼다.

공항까지는 가지 않고 리무진 공항버스 타는 곳까지만 데려다 주기로했다.

노원 공항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별은 빨리 하는게 좋은 것일까?

표도 끊기 전에 지금 출발할거니까 빨리 타라는 공항버스 직원의 재촉이 시작된다.

 

버스 타기 전 큰애가 또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낀다.

큰애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눈시울을 훔친다.

선글라스 밑으로 주루룩 흐르는 눈물...................

이렇게 버스는 떠나갔다.

신호등에 걸린 리무진 버스를 급히 따라 가 본다.

그러나 이내 곧 출발해서 멀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눈이 퉁퉁부어 집으로 돌아왔다.

문자를 보낸다.

힘들더라도 열심히 살아라! 너는 잘 할 수 있다. 등등 격려의 문자를 보냈다.

바로 답장이 온다.

다시 눈물이 쏟아진다.

 

비행기 타기 1시간 전....

전화를 걸었다.

다시한번 잘 살아라! 도착하거든 전화해라! 네 동생한테도 전화 자주해라! 가을에 결혼식때 일본에서 보자! 등등~~

 

이별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고 하였던가??

만남을 전제로 한다하더라도 참 가슴이 미어지는 일인 것 같다.

이제는 제 인생을 살아가야하는 우리 큰애~~

언제까지나 내 곁에 두고 살 수는 없는 우리네 삶~~~

가족이 무엇이기에 이리도 가슴이 아릴까?

눈물이 자꾸만 앞을 가릴까?

 

오늘의 일기는 5년전의 그때 보다 훨씬 더 아픈 것 같다.

늙어서 마음이 약해져서일까?

다시는 이런 아픔과 서러움~~ 없었으면 좋겠다!

(ㅠ.ㅠ)

 

 

[2008년 4월 6일 일기]
큰애가 오늘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11시 50분 비행기라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하니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식구들이 7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8시에 집을 나섰다.
동부간선도로와 북부간선도로를 지나 내부순환로를 경유하여 강변북로, 올림대로를 지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포공항은 일본의 하네다 공항과 연계되는 국제선이 있을뿐이여서 인천공항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국제공항이다.

9시 반이 좀 넘어서니 드디어 탑승 수속을 시작한다.
이코노미 클래스에는 이리저리 구불구불 줄을 서지만 비지니스 클래스는 그냥 논스톱으로 수속이 시작된다.

집에서 출발부터 공항도착해서까지 계속 함께 얘기하고 손을 잡고 있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탑승수속을 시작하고서부터 이별의 시간이 다가옴을 실감했는지 다들 표정이 무척이나 어두워 보인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와 보니 큰애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며 탑승수속을 밟고 있고, 작은애와 와이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후에 모습을 들어 낸 두 모녀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짐을 부치는데 힘에 겨워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얼른 뛰어 갔다.
무게가 규정이 20kg인데 32kg으로 12kg이나 오버했단다. 그렇지만 통관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짐이 많으니 14번 게이트에서 엑스레이 짐 검사할동안 3-4분을 기다리라고 한다.
(노트북이 짐속에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4식구는 말없이 14번 게이트로 이동했다.
다들 말이 없다.
그냥 소리없이 흐느끼기만 한다.
전쟁터에 가는 것도 아니고 먼 유럽이나 미주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며, 십수년을 가는것도 아닌 몇년 코스인데....
이별이란 그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마음이 아픈것인가 보다.
순간적으로 콧등이 찡해져 왔지만.....
잠시 먼곳을 바라보면서 다른생각을 해 본다.

애비란 존재는 식구들에게 있어서 과연 어떤 존재인가?
슬퍼도 슬퍼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인가?
그 누구보다도 나약한 존재가 아버지들인데....그 나약함을 보여주기 싫어 속으로만 삼키고 울어야 하는 우리네 아버지들......

짐을 부치고, 수속을 끝낸 다음 3층 라운지로 올라가 잠시 공항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공항이라기 보다는 웨딩홀, 아울렛 등등....
우리 주위의 할인마트를 보는 듯 하다.

10시가 넘어가고 있다.
이미 한차례 일본을 다녀온 적이 있어 마음은 놓이지만,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가 아닌 혼자라는게 마음이 쓰인다.
한시간 전에 들어가서 면세점 이곳저곳 구경하다가 38번 게이트로 가라고 주의를 줬다
10시 30분이다.
원래 이 시간에 들여 보낼려고 했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35분쯤이 되서야...

"이제 들어 가야지?"
"아빠 저번에 일본 갈때는 셋이서 같이 가서 별로 신경도 안쓰고 들어갔는데....."
"어떻게 하는지 잘 생각이 안나....."

"괜찮아~ 닥치면 다 할 수 있어....."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38번 게이트가 어디 있는지부터 확인해....."
"그리고는 면세점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필요한 물건도 사...."

"하네다 공항에는 누가 마중 나오니?....."
"일본분인데 한국 유학왔다가 알게된 분인데 그분이 나오기로 했어....

"(속으로..) 아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출국장쪽으로 걸어 갔다.
드디어 큰애는 우리나라의 영토를 넘어 공역으로 들어 갔다.
자동문이 닫힐때까지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마감한다....

집에 오는 길내내 차안의 분위기는 착 가라 앉았다.
운전하면서도 시계를 본다.
이제 비행기 탑승할 시간이네.... 지금쯤 안양상공을 지나고 있을까?...

집에 들어오기 전에 세 식구가 점심을 냉면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화사한 4월의 햇볕이 눈부시게 비쳤지만 어딘가 모르게 한쪽 구석이 허전한 것은......
길가 가로수의 벚꽃나무도 만개되어 있건만 평상시의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5시쯤 작은애가 언니한테 전화를 한다.
일본에 사는 분의 전화번호를 간신히 찾아 해 본거란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대견스럽다.
바로 큰애를 바꿔줬다.
순간 와이프가 또 울음을 터뜨린다.
덩달아 작은애도 눈시울을 붉힌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안심이 된다.
일본 지인과 한국 유학생 그리고 큰딸 이렇게 셋이서 식사중이란다.

집에 있을때는 식구들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해서 불편없이 지낼 수 있었지만, 객지도 아닌 먼 이국에서의 생활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젊음이 있으니 그런 고생쯤은 쉽게 극복하리라 큰애를 믿어 본다.

그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일본서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선진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데 주력해라....
젊어서 異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 또한 네 인생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될것이다.
큰애야~~
힘들지만 파이팅하자~~

눈물이 나와도 내 보일 수 없어 속으로 삼켜야만 하는....
나약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음이 안타까워서 이렇게 글로나마 실컨 울어 보련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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